겨울의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듣기만 해도 벚꽃 잎이 날리는 것 같은 선율들을 모아봤습니다.
1.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 'Go!' (도겸)
활기찬 봄의 에너지를 담고 싶다면 이 곡이 제격입니다. 청춘의 열정과 달리는 듯한 비트가 인상적인데,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운동을 시작하는 봄날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아주 잘 맞습니다. 이 곡은 주로 주인공 나희도(김태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스포츠 성장 서사의 핵심 장면에 삽입되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 희도의 열정과 땀방울의 냄새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와 음악의 짝꿍인 이유는 이렇게 노래만들어도 가슴 뛰는 이유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희도가 새벽 이슬을 맞으며 훈련하거나, 피스트 위에서 빠른 스텝으로 상대를 몰아붙일 때 이 곡의 강렬한 비트가 깔립니다. 특히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서 땀방울을 흘리는 '열정의 순간'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또는 드라마 제목처럼 청춘들이 골목길이나 학교 운동장을 전력 질주하는 장면에서 이 곡이 흐르면, 시청자들은 마치 함께 달리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고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할 수 있다!"를 외치는 희도의 무모할 정도로 순수한 에너지가 화면 가득 퍼질 때, 도겸의 시원한 보컬이 터져 나옵니다. 지금의 희도를 성장하가 해준 노래라고 할 수있습니다.


2. 영화 <비긴 어게인> - 'Lost Stars'
영화<비긴 어게인>의 상징과도 같은 곡, 'Lost Stars'는 상처받은 이들이 음악으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 노래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감성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곡이죠. 가슴 벅찬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가사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무언가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에너지를 줍니다. 드라이브하며 창문을 열고 듣기에 이보다 좋은 곡이 있을까요?
엠마(키이라 나이틀리)와 댄(마크 러팔로)이 뉴욕 거리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앨범을 만들 때, 엠마가 옥상 루프탑에서 담백하게 부르는 버전입니다. 도시의 소음조차 음악이 되는 이 장면은,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음악의 순수함'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반대되는 영화 씬으로는 영화 후반부, 변해버린 데이브가 화려한 조명 아래서 수많은 관객을 향해 부르는 장면입니다. 엠마는 공연장 뒤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두 사람이 처음 이 곡을 만들었을 때의 순수했던 사랑과 지금의 괴리감을 느끼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자리를 떠납니다. 엠마의 홀로서기를 완성하는 아주 중요한 신(Scene)입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를 듣고 있으면 뉴욕의 어느 옥상 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모두를 '빛나는 별'이라고 말해주는 가사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봄날에 가장 완벽한 응원가가 라고 생각이 듭니다. Adam Levine 버전과 Keira Knightley 같은 곡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 입니다. Adam Levine의 버전은 더 세련되고 호소력 짙은 감정이 강조된다면, Keira Knightley의 버전은 담백하고 현실적인 감성이 살아 있으니 둘다 다른 분위로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Tell me learn victory's light, we're going down in flames
말해줘요, 불길 속에 스러져 가면서도 승리의 빛을 배우고 있다고
Yesterday I saw a lion kiss a deer
어제는 사자가 사슴에게 입 맞추는 것을 보았죠
Turn the leaf, let it be, let it terminate the fear
페이지를 넘겨요, 흘러가는 대로 두세요, 이 두려움이 끝날 수 있게
-가사중-
3. 영화 <어바웃 타임> - 'How Long Will I Love You'
"우리 삶의 모든 날은 우리가 함께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삽입곡 'How Long Will I Love You'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평범한 하루의 위대함"을 가장 잘 담아낸 곡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결혼식 장면이 떠오르는 로맨틱한 곡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의 메시지 덕분에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곡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음악입니다.
많은 분이 이 곡을 주인공들의 '비바람 부는 결혼식' 장면으로 기억하시지만, 사실 이 노래가 가장 인상적으로 쓰인 곳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과 메리(레이첼 맥아담스)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몽타주 신'에 이 곡이 흐릅니다. 두 사람이 매일 지하철역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장난을 치고, 입을 맞추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버스킹 가수의 노래와 겹쳐지는 씬도 숨은 명장면입니다. 또 계절이 바뀌고 옷차림이 변해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시원하게 전달합니다.
주인공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영화 결말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리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오늘이 마치 특별한 여행인 것처럼, 그저 평범한 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열쇠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How long will I love you?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까요?
As long as stars are above you
당신 위의 별들이 빛나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And longer, if I can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요
-가사중-
4. 드라마 <멜로가 체질> -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메인 OST,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봄 그 자체인 곡이죠. 제목부터 '봄' 그 자체인 곡입니다. 경쾌한 리듬과 일상적인 가사 덕분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와 드라마 로 사랑받아왔습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과 연애, 일상을 아주 솔직하고 발칙하게 그려낸 작품이며, 이 곡은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과거의 연인을 추억하거나, 새로운 설렘을 시작할 때 감초처럼 등장하며 극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살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극 중 작가 진주(천우희)와 감독 범수(안재홍)가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은 마치 이 노래 가사처럼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남자 주인공 범수가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장범준 특유의 담백한 감성과 안재홍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만나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습니다. 천천히 늘어지는 연출도 한 층 더 가미를 더합니다. 다음 장면은 벚꽃 흩날리는 캠퍼스장면입니다. 굳이 특정 장면이 아니더라도, 이 곡이 흐를 때면 드라마 속 인물들이 걷는 서울의 평범한 거리조차 핑크빛 벚꽃 로드로 변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로 시작되는 후렴구는 마치 짝사랑하는 상대의 뒤를 몰래 따라가는 수줍은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나른한 오후, 벚꽃 엔딩을 기다리며 산책할 때나 창문을 열고 봄맞이 대청소를 할 때 이보다 더 기분 좋은 노동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은 사랑하고 싶다는 말보다 훨씬 더 간절하거든요."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야. 꽃만 좀 피어있는 거지. 그래도 같이 걸으면 좀 낫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사랑의 설렘을 주는 곡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벼운 옷차림에 이어폰을 꽂고, 샴푸향 대신 꽃향기 가득한 길을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