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찾아온 방황,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택

최근에 정말 인상 깊게 본 영상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인데, 오래 전에 개봉해서 볼 기회를 놓쳤다가 이번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한 여성이 유모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가벼운 영화 소개 정도로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졸업 후 진로를 두고 방황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미국이나 한국 모두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니 다이어리 줄거리 [결말]
영화는 미국 유타주의 한 주립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시작됩니다. 애니라는 여성이 긴 학업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엄마는 딸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정장 한 벌을 선물합니다. 그 정장에는 전공을 살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애니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고, 전공인 경영학과 부전공인 인류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졸업할 때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기억이 나서 그 장면이 참 와닿았습니다. 졸업반 한 해 정말 나한테 맞는 전공이 뭔지 고민이 많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애니는 엄마의 뜻에 떠밀리듯 금융회사 면접장으로 향합니다. 면접장에서 자기소개를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면접장 창밖으로 여러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더 깊은 고민에 빠지던 중, 갑자기 세그웨이를 타고 오던 남자가 아이와 부딪힐 뻔한 사고가 일어납니다. 다행히 애니의 순발력 덕분에 아이는 무사했고, 그때 미세스 X라는 여성이 나타나 애니에게 일자리를 제안합니다. 막막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애니는 낯선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애니는 엄마에게 번듯한 직장에 취업했다고 거짓말하고 뉴욕으로 떠납니다.
첫 출근을 설레는 마음으로 갔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환영 인사가 아니라 빼곡한 규칙들로 채워진 편지였습니다. "절대 우리 침대에 들어가지 말 것", "낮에는 절대 깨우지 말 것" 같은 규칙들이 가득합니다. 첫 임무로 학교에서 그레이어라는 아이를 데려오는 일을 맡게 되는데, 공원에서 만났을 땐 순했던 그레이어가 집에 오자마자 악동으로 변합니다. 애니는 땀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 친절한 남자가 나타나 유모차를 건네줍니다. 그 남자는 나중에 '하버드맨'이라 불리며 등장합니다.
처음엔 그레이어가 마음을 열지 않고 애니를 밀어내며 문을 잠그고 나가려 하지 않는 등 장난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애니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아이와 가까워지려 노력합니다. 미세스 X는 애니에게 아이의 건강식도 준비하라 지시하지만, 밍밍한 유기농 식단에 지친 그레이어를 위해 애니는 몰래 땅콩버터를 꺼내줍니다. 이렇게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며 그레이어는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저도 이 장면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은 진심을 알아보기 때문에 그레이어도 애니의 진심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레이어는 외로운 아이입니다.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서 자랐습니다. 오랜 출장을 마친 미스터 X가 돌아와 반갑게 맞는 듯하다가 금세 귀찮아하며 서재로 들어가 버립니다. 애니는 그 모습을 보며 그레이어가 단순한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어느 날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목격한 그레이어는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애니는 그레이어를 달래며 "동굴에 있는 척하자"며 위로하고, "사랑해"라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그레이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립니다. 미세스 X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애니는 할 수 없이 간호사인 엄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로 인해 엄마는 딸이 번듯한 직장 대신 남의 집 유모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미스터 X가 애니에게 추악한 행동을 하고, 이 사건으로 미세스 X는 분노를 애니에게 돌립니다. 결국 애니는 내쫓기듯 해고되고,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그레이어에게 작별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떠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나아가는 애니
씁쓸한 기분으로 급여 봉투를 열어본 애니의 슬픔은 분노로 변합니다. 테디베어 속에 숨겨진 카메라를 발견하고 복수를 계획합니다. 세미나장에 나타난 애니는 미세스 X가 거짓말하는 것을 폭로합니다. "애니가 문란한 행동을 해서 해고했다"는 거짓말 대신, 테디베어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공개하며, 땅콩버터를 먹이는 장면, 아이 얼굴에 문을 쾅 닫는 장면 등을 보여줍니다. 애니는 "아이가 104도 열이 날 때 스파에 가고, 응급 전화를 무시하는 것은 부적격한 엄마라는 뜻이에요"라고 말하며 세미나장을 뒤집어 놓습니다.
애니는 그레이어를 향한 진심을 전합니다.
"그레이어는 액세서리가 아니에요. 카탈로그에서 주문한 물건이 아니라고요.
당신의 아들이에요. 사람들은 그레이어의 부모가 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레이어는 당신이 뭘 입든, 뭘 사주든, 어떤 학교에 보내든 상관없어요.
그냥 당신이 곁에 있어주길 원해요. 그게 다예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아이가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아이를 알아가는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그레이어는 정말 놀랍고 멋진 아이예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애니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미세스 X는 남편과 헤어진 후 아들 그레이어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애니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나아갑니다. 인류학자들 사이에는 낯선 세계에 몸 담겨야 진정한 자기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방황할 때, 그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 같습니다. 애니처럼 낯선 경험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방황하고 계시다면, 애니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