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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끝난 사랑 앞에서 짓는 미소 (영화리뷰)

by 정꿀오소리 202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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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끝난 사랑 앞에서 짓는 미소의 의미

만약에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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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당일에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타이밍 놓치다가 OTT로 개봉되자마자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유튜브에서 '만약에 우리'라는 영화를 해석한 영상 영상을 다시보게 되었고 글로 소개하고싶어서 적게 되었읍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영상을 보는 내내 뭔가 가슴 한쪽이 먹먹해집니다. 2024년 호치민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의 이야기인데, 그들이 나누는 미소 속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서 끝까지 집중하게 됐습니다. 제 생각엔 누구나 한 번쯤은 만약에 그때 다르게 행동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영상 속 이야기를 따라가며 제가 느낀 점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시작된 운명적 재회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원과 은호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이었습니다. 헤어져서 재회한 장면임을 알기에 둘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모습에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2024년 비 내리는 호치민의 여름,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하고 잠시의 정적 후 미소를 짓죠. 그런데 재밌는 건 이들의 재회가 태풍 캐슬린 때문에 더 길어졌습니다. 비행기 운행이 취소되면서 공항 근처 호텔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마지막 남은 방을 은호가 결제했는데 정원과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영상 속 택시 기사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태풍의 이름을 예쁘게 짓는 건 그의 이름처럼 곱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는 대사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예쁜 이름도 결국 두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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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 산태로 시작된 인연

영상은 흑백으로 그려지는 현재와 색으로 가득 찼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게 됩니다. 그것 또한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영화 끝에서 그 이유가 나옵니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두 사람은 고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산태로 길이 막혀서 버스가 멈춰 섰고, 은호가 용기를 내서 정원을 자기 아버지 차에 태워주면서 인연이 시작됩니다.  정원이는 늘푸름 보육원 원장님을 뵈러 이곳으로 오게 된거고 태어나진 않았어도 자란 곳이 고향이라는 은호 아버지의 말과 달리, 정원은 그곳에서 낯선 직원을 만나고 "원장님은 진짜 집에 가셨다"는 말을 듣는데, 그 순간 정원은 자신에게 진짜 집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입니다.

  그날 정원과 은호가 해 질 녘 바다로 달려가서 소원을 빕니다. 정원은 해가 수평선에 닿는 순간부터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소원 100번 반복하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으며,  두 사람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은호의 꿈은 멀티 엔딩이 가능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거였고, 정원의 꿈은 자신의 집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정원의 집에 대한 개념이 꿈에도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근데 정원이 말하는 집은 건축사라는 직업이나 거창한 건물이 아닙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조건 없이 밥을 해주고,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게 정원이 평생 찾아 헤맨 집이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은 은호에게 점점 끌렸지만 동시에 무서웠습니다. 사귀다 헤어지면 남이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찾은 집마저 잃을까 봐서 선뜻 사귀지못하고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다  정원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선배와 사귀기로 결정했지만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선배 엄마를 만나됩니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고시원에 산다고 하니까 "돈은 없어도 되지만 좋은 가정환경은 중요하다"는 말을 면전에서 듣게 됩니다. 그때 남친이었던 선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는게 참 화가 났습니다. ( 나중엔 다른 여자랑 바람도 핍니다) 고시원으로 돌아온 정원이 작은 창문을 통해 손바닥만 한 햇빛을 바라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히 허락된 집도 가족의 사랑도 좋은 가정환경도, 정원에게는 한없이 부족했습니다. 그 손바닥만 한 햇빛이 세상이 자신에게 허락한 행복의 정량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원은 은호의 자취방을 찾아갔고, 은호는 묻지 않고 그저 커튼을 걷어 정원의 꿈을 밝혀 주며 둘은 그렇게 친구 이상으로 관계라 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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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날들과 버려진 소파의 의미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소파입니다.  정원과 은호는 연인이 된 후 누군가 버린 소파를 집으로 가져옵니다. 남들에겐 쓰레기였지만 가난했던 20대 청춘들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정원은 그 소파 위에서 은호와 사랑을 속삭이고 미래를 꿈꾸며 자신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누군가와 함께 앉아 쉴 곳을 가졌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은호 아버지가 당뇨에 백내장까지 생기면서 병원비가 필요했습니다. 은호는 게임 개발을 멈추고 대출을 받으려고 급하게 회사에 들어갔고, 정원은 모델하우스 알바를 하며 은호를 도왔습니다.  정원에게 은호와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남이 아니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집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근데 은호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약속도 못 지키게 됐고, 정원이 자기 때문에 꿈을 미루고 모델하우스에서 일하느라 뒤꿈치가 까져 피가 나는 걸 보면서 지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향한 희생이 점점 부채감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서 두 사람은 빛이 잘 들던 방을 떠나 눅눅한 반지하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정원이 꿈을 꾸며 만들었던 모형집을 쓰레기 봉투 위에 놓아둔 채 떠납니다. 집이 없어도 자신의 집은 곧 은호의 곁이니까 정원이는 버틸수 있는 힘을 생겼습니다.

근데 반지하방의 문턱은 두 사람의 행복을 상징하던 소파를 절대로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 차가운 현실엔 너희가 꿈꾸던 안락함 따윈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원은 그 소파를 포기할 수 없었서 필사적으로 매달렸고 결국 손을 다쳐 피를 흘리게 됩니다. 은호는 그런 정원의 모습을 보고 짜증을 내지만 정원이가 미워서가 아님을 관객들은 다 알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한 자신의 무능함, 그녀의 꿈을 쓰레기통에 처박게 만든 자신의 가난이 은호를 점점 잠식해 버렸던 모습입니다. 가난은 사람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멍청하게 만듭니다. 은호는 정원의 상처를 보며 가슴이 찢어졌지만 오히려 화를 내고 정원을 밀어냅니다.  그렇게 소파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길가에 내버려진 날, 두 사람의 마음속에 있던 집도 함께 길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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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계에 갇힌 은호와 떠나는 정원

게임의 주인공이 고생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평탄한 스토리로 도망치는 걸 선택했던 은호는 힘든 꿈을 포기하고 결국 게임 세계에 갇혀버렸어요. 그 더운 옥탑방에서도 자기는 더울지언정 정원에서 선풍기를 쐬주던 은호는 정원에게 선풍기를 쐬주지도 않고 지안이가 걷어 젖힌 커튼을 닫아버리며 정원의 햇빛을 빼앗아 버리면서 자신에게 갇혀버립니다. 

어둑한 집안, 힘없는 뒷모습, 무심히 울리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컵라면이지만 식사 한 끼 함께하지 않는 이곳은 자신이 바라왔던 가족, 집이 아니다고 말입니다. 내가 떠나지 않는다면 이 고통이 계속 반복될 거라는 걸 은연중에 느꼈고 그렇게 정원이 짐을 챙겨 나가고 문이 닫히자 은호는 뒤를 돌아습니다. 정원을 밀어냈던 건 자기 자신이었지만 정원이 정말로 떠나버리자 은호가 마주한 건 자유가 아닌 텅 빈 집이었습니다. 은호는 황급히 달려나가 정원을 찾아 지하철역 쫓아가지만 곧 닫힐 문을 사이에 두고 은호는 비에 젖은 정원에게 우산을 건네지도, 지하철에 함께 타지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도 건네지 못하고 한 발짝 물러서게 되며 둘은 헤어지게됩니다. 

 

 

 

 

서로에게 남긴 감사와 아름다운 색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라고 영화에서는 이야기 합니다.  정원은 오히려 지독하게 가슴 아픈 상실 덕분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자신의 집을 짓는 법을 배웠고, 은호는 도망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걸 잘 아는 둘이었기에 눈물을 쏟아내고 그 후 후련한 듯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그때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며 마지막 감사 인사를 건내며 둘은 그렇게 한국에 와서 헤어집니다. 

  그리고 이후 은호가 만든 게임의 엔딩을 보게 됩니다. 정원과 은호가 처음 만났던 저녁 바다 있던 모습을 본뜬 제인에게 에릭이 찾아오고 함께 앉아 색을 날려보내자 흑진 바다가 아름다운 색들로 채워집니다.  은호는 아버지의 편지와 더불어 정원이 응원해줬던 꿈들이 게임의 엔딩을 통해 "내 과거는 너로 인해 아름답게 빛났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제야 자신에게도 자신이 믿었던 집이 있었음을 확인한 정원의 세상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가며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만나는 해피엔딩을 바래서였던것같습니다. 그러다 웃으며 인사하는 것으로도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호와 정원이의 행복한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지나온 날들을 마냥 후회로만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만약에 네가 나를 잡아줬다면, 같은 수많은 가정이 우리를 괴롭힐 때도 있겠지만 사실 그 아픈 가정들이 있어서 우리는 도망치지 않는 법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끝난 사랑도 우리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라는 겁니다. 그 페이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지금 힘든 이별을 겪고 계시다면, 언젠가는 그 시간도 아름다운 색으로 기억될 거라는 걸 믿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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